[CBS 노컷뉴스] 쏟아지는 미투… “여성단체는 뭐하냐?”는 물음에 답하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유승민 의원에 공개편지

등록: 2018-02-23 20:38  김수정 기자

원문보기: http://www.nocutnews.co.kr/news/4929790#csidx17d50d9279cf14d94ff7cd09caa78d5

(사진=자료사진)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공개하는 ‘미투'(#Me_Too)에 불이 붙었다. 이윤택 연출가를 시작으로 수많은 문화예술계 유명인사들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가요·방송·영화계까지 넘어온 폭로는 지금도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다.

성폭력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면 꼭 따라붙는 반응이 있다. “그런데 여성단체는 지금 뭐하나?”, “여성가족부는 뭐하나?” 등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역시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좌파세력과 진보정당이라는 사람들, 청와대와 여성단체 전부 다 왜 이러는지 모두 입 다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한 여성단체’가 공개편지로 유 의원의 질문에 답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23일 공식 페이스북에 “유 의원이 입 다물고 있다고 언급한 여성단체 중 한 곳이다. 의원님의 비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한사성은 “저희도 me too 운동을 통해 뭔가 할 수 있지는 않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만, 처리해야 할 사이버성폭력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는 탓에 피해자 지원 등의 다른 사업이 벅차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사성은 “활동가들의 2017년 연봉은 70만 원이다. 저희는 주 5일 동안 하루 12시간 이상의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 생활비까지 따로 벌어야 생존할 수 있다. 이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그 중 상당 부분을 시민단체인 저희가 하고 있기 때문이고, 문제해결이 꼭 필요한 분야에 자원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아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애초에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한사성 같은 여성단체는 필요 없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적어도 이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사성은 “저희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희가 좀 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운동에 참여해 입을 열 수 있도록 의원님의 위치에서 실천해 주세요. 여성단체가 목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서는 의원님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며 후원 안내를 했다.

한사성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고위 공직자 중에서도 고발당할 만한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직접 #me_too 운동에 동참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사성은 “여성들을 불러 강간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한 차관급 고위 공직자가 고발당했던 사건의 결과를 기억하십니까? 증거 영상이 존재했고, 증언에 나선 여성이 한두 분이 아니었는데도 놀랍게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이런 선례가 존재하는 현실이 두려워 선뜻 me too를 외칠 수 없는 피해자를 위해, 의원님이 먼저 소신 있게 주변에서 보고 들은 성폭력 사건을 소리 높여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페이스북 캡처)

 

한사성은 “일하면서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누가 무슨 일을 해 왔는지 잘 알아보지도 않은 상태로 ‘왜 여성단체는 입 다물고 있냐’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것은 상대의 일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한사성은 “한사성을 포함한 여성단체들은 항상 우리 사회의 성폭력·성추행 문제를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피해자들이 #me_too 를 외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의원님도 여성단체와 함께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내가 저들의 일에 무지하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사람만이 일하면서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는 지난 21일 공동 성명을 내어 △가해자 처벌 △성차별적인 문화 개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 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오는 26일에는 ‘미투’ 이후 나아갈 방향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긴급 토론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