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에게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1일 미투(Me Too) 운동 등으로 폭로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성폭력·성추행 문제와 관련

“우리사회의 소위 운동권, 좌파세력과 진보정당이라는 사람들, 청와대와 여성단체 전부 다 왜 이러는지 모두 입 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2월 21일 자 기사 발췌

 

안녕하세요. 유승민 의원이 입 다물고 있다고 언급한 여성단체 중 한 곳입니다. 의원님의 비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도 MeToo 운동을 통해 뭔가 할 수 있지는 않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만, 처리해야 할 사이버성폭력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는 탓에 피해자 지원 등의 다른 사업이 벅차 참여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한사성 활동가들의 2017년 연봉은 70만원입니다. 저희는 주 5일 동안 하루 12시간 이상의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 생활비까지 따로 벌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그 중 상당 부분을 시민단체인 저희가 하고 있기 때문이고, 문제해결이 꼭 필요한 분야에 자원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아 왔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한사성 같은 여성 단체는 필요 없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적어도 이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진 않았겠지요. 저희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좀 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운동에 참여해 입을 열 수 있도록 의원님의 위치에서 실천해 주세요. 여성단체가 목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서는 의원님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후원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후원계좌: 우리 1005-803-258881
정기후원 CMS계좌 신청: https://goo.gl/QA4GG5

 

그래도 마음에 차지 않으시다면 직접 MeToo 운동에 동참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고위 공직자 중에서도 고발당할 만한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처럼 페미니즘 리부트로 세상이 떠들썩해지기 전, 여성들을 불러 강간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한 차관급 고위 공직자가 고발당했던 사건의 결과를 기억하십니까? 증거 영상이 존재했고, 증언에 나선 여성이 한두 분이 아니었는데도 놀랍게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었죠.

 

현재 법률사무소를 개업하여 변호사로 활동하며 잘 살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선례가 존재하는 현실이 두려워 선뜻 me too를 외칠 수 없는 피해자를 위해, 의원님이 먼저 소신 있게 주변에서 보고 들은 성폭력 사건을 소리 높여 이야기해 주세요.

 

+ 마지막으로, 의원님의 선거 공약이었던 ‘일하면서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누가 무슨 일을 해 왔는지 잘 알아보지도 않은 상태로 ‘왜 여성단체는 입 다물고 있냐’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것은 상대의 일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한사성을 포함한 여성단체들은 항상 우리 사회의 성폭력·성추행 문제를 절박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MeToo 를 외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의원님도 여성단체와 함께 노력해 주십시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내

가 저들의 일에 무지하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사람만이 일하면서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