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1374차 수요집회를 주관합니다.

오늘 오전 7시 30분경,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경험자 이OO 할머니께서 별세하셨습니다.

 

그는 1925년에 태어났습니다. 17세가 되던 1942년경 직장인 방직공장에서 퇴근하던 중

동료 2명과 함께 근처 군용 트럭에서 내린 군인에게 납치되셨고, 강제로 배에 태워져 일본 시모노세키로 끌려가셨다고 합니다.

 

이후 이OO님은 또다시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 피해를 겪게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군이 오지 않아 해방이 된 것을 알게 된 이OO님은 돈도 없고 조선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

귀국 방법을 찾다가 항구로 가면 조선으로 가는 배가 있다는 말을 듣고 동료 2명과 함께 항구로 가서 조선인 선주에게 사정하여

간신히 밀수선인 소금배를 얻어 타고 귀국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가 올려주신 부고 소식에서 우리가 더듬어 볼 수 있는 이OO님의 모습은,

오랫동안 피해경험으로 인한 고통을 잊지 못하셔서 얼굴이 어두우셨다는 것,

외로워 보이셨다는 것, 활동가들을 보면 반가워하셨다는 것, 만나 뵙고 나면 집에 잘 돌아갔는지 확인 전화를 주실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것.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1374번째 수요집회를 주관합니다.

 

나의 탄생 전부터 살았던 사람과 내가 서로 기대어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벌써 나와 연결되어버린 존재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 생각은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변화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되어 줍니다.

한성폭과 한사성은 이번 수요집회를 통해 더 많은 분들에게 그런 힘을 심고 싶습니다.

 

 

#1374번째_MeToo

#1374번째_말하기

우리가 외침이 되자

 

2019.02.13 PM 12:00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존경하는 활동가 김복동 님의 명복을 빕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운명하셨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MeToo 운동은 일상이라는 보호색을 띤 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성폭력을 비로소 ‘성폭력’이라고 부르는 운동이었습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경험한 할머니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해 오셨던 운동과 이어지는 것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화냥년’이라고 부르던 나라에서 피해자 됨을 자처하며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고, 그것이 부당한 폭력이었음을 알렸습니다.

 

 

‘더럽혀진’, ‘XX녀’가 아니라 ‘성폭력 피해경험자’라고 말하는 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성폭력 피해경험자들은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어딘가에 숨어서 목소리 내지 못하는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

‘이것은 성폭력이다, 나는 죄책감이 아닌 분노를 느끼는 주체로서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운동은 이러한 사회 변화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피해경험자에게 존재 자체로 용기가 되어 주셨던 사람이셨고,

전 세계의 전시 성폭력 피해경험자와 연대하셨던 여성인권운동가, 평화 인권운동가였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편히 쉬세요. 김복동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 2월 13일 한사성 공동주관 수요집회까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관한 게시글이 업로드됩니다.

* 정의기억연대의 부고 소식(https://www.facebook.com/womenandwar/posts/2426980280676718)

[부고]

오늘 오후 10시 41분 김복동 할머니께서 운명하셨습니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이며 내일 오전 11시부터 조문 가능합니다. 발인은 2월 1일 금요일이며 천안 망향의 동산에 잠드실 것입니다.

평화 ․ 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

김복동 님 약전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출생
1940년 만 14세에 일본군‘위안부’로 연행.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일본군의 침략경로를 따라 끌려다니며 성노예가 됨.
1945년, 싱가폴에서 일본군 제16사령부 소속 제10육군병원에서 간호사로 위장당하여 일본군인들 간호노동, 버려짐. 미군포로수용소에 수감
1947년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간 지 8년 째 되던 22세에 귀향
1992년 3월, 일본군‘위안부’ 피해 공개, 활동 시작
1992년 8월, 제1차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증언
1993년 6월, 오스트리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참석, 증언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에 원고로 참여, 실상을 문서로 증언.
2010년 3월 8일, 정대협과 함께 전시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나비기금 설립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대지진 피해자 돕기 모금 제안, 1호로 기부
2012년 7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회로부터 용감한 여성상 수상
2012년 ~ 16년, 유엔인권이사회,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 매년 수차례 해외 캠페인을 다니며,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해 활동.
2013년 7월 30일, 해외 첫 평화비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참석, 활동
2014년 3월 7일, 베트남 한국군성폭력 피해자에게 사죄와 지원 메세지 영상으로 알림.
2015년 5월, 국경없는기자회, AFP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선정.
2015년 6월 25일, 전쟁/무력분쟁지역 아이들 장학금으로 5천만 원 나비기금에 기부.
2015년 12월 10일,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2015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 수상.
2017년 7월 6일, 재일 조선 고등학교 학생 2명에게 김복동장학금 전달
2017년 8월, 사후 남은 모든 재산 기부약정
2017년 9월 26일, 서울특별시 명예의 전당에 선정
2017년 11월 23일, 한국 포항지진 피해자돕기 1천만원 후원
2017년 11월 25일, 정의기억재단으로부터 여성인권상 수상
2017년 11월 27일, 여성인권상금 5천만 원을 무력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활동을 위해 ‘김복동평화상’ 제정, 정의기억재단에 기부(1회 수상자 : 우간다 내전 성폭력 생존자, 인권운동가 아칸 실비아 선정)
2017년 12월 10일, 국제여성인권단체인 <Women’s Initiatives for Gender Justice>, ‘성평등 유산의벽‘에 김복동 할머니와 정대협 선정.
2018년 6월 9일, 일본 도쿄 사단법인 희망씨앗기금 주최 집회 참석, 발언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김복동장학금 수여
2018년 12월 10일, <김복동의 희망> 명예회장 취임
2018년 11월 22일, 재일조선학교 지원을 위해 5000만원 <김복동의 희망>에 기부
2019년 1월 2일, 바른의인상 수상, 상금 500만원 재일조선학교를 위해 <김복동의 희망>에 후원

김복동 님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성노예로 전쟁터에 끌려간 한국 십대 소녀들 중 한 명이었다. 만으로 14세 소녀의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가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녀는 살아남았고, 대부분 생존하지 못했거나 익명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상징이 되었다. 김복동 님은 거리와 미디어에서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해온 인권´평화 활동가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뿐 아니라 무력분쟁 중에 만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평화 나비가 되어 평화운동을 이끌어 왔다.
김복동 님은 매주 수요일마다 거리로 나가 학생들을 만나고, 시민들을 만나 모두가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호소해 왔다. 일본에서 오는 활동가들을 향해서도 힘내라고 격려하며,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향해서 전쟁이 없고, 다시는 성폭력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호소해 왔다. 이러한 평화를 향한 김복동 님의 끝없는 노력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했던 외침 속에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나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이지만, 그래서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 서서 우리에게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라고 싸우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처럼 전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
– 2012년 3월 8일(세계여성의 날), 나비기금 설립 기자회견에서 김복동 할머니의 선언

“나도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 피해를 입었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한국 국민으로서 사죄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열심히 나비기금을 모아서 지원하겠습니다…. 앞으로 커가는 후손들과 어린애들은 절대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니, 각국 나라에서 전쟁이 없는 나라가 되도록 힘을 써주면 좋겠습니다.”
– 2014년 3월 8일, 베트남 전쟁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사죄와 연대메세지

“우리 나라도 서로가 화합하여,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서 남북통일이 되어서 전쟁없는 나라 다시는 우리들과 같은 이런 비극이 안생기도록 전쟁없는 나라가 되어서 여러분들의 후손들은 마음놓고 살아가는 것이 나의 소원입니다.”
– 2016년 10월 5일, 수요시위에서

이렇게 김복동 님의 활동은 국제사회에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전시 성폭력 피해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국제여론을 이끌어냈다. 콩고와 우간다 등 세계 무력분쟁지역의 성폭력 생존자들은 김복동 님을 향해 “당신은 우리의 영웅, 우리의 마마, 우리의 희망”이라며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생존자들의 운동이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더 강한 목소리로, 더 넓게 확산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서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초국적인 연대는 이 세상을 평화로 만들고, 전시 성폭력 피해의 재발을 막는 데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

으아 춥다! #미투_운동과_함께하는_시민행동
#2018분_동안의_이어말하기 하고 있어요! 한사성도 이어 말하기에 참여하며 밤새워 말하고 이야기 듣는 중입니다.

https://t.co/Eyg2NjfHav<-저희가 나온 생중계 링크고요,
트위터에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찾아보시면 지금 나오는 내용도 바로 볼 수 있어요

 

3월 8일 페미퍼레이드

3월 8일 페미퍼레이드 영상입니다.

 

3.8 미투 퍼레이드

#3월8일_페미퍼레이드 (소리켜고 보세요)세계 여성의 날, 우리는 이곳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걸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존재한다고, 이제는 과거와 같지 않을거라고 세상에 외치기 위해서요. 3주가 지난 3월 22일 바로 지금까지도, 우리는 지치지 않고 계속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청계광장에서 이어지는 #Metoo_필리버스터 에서 밤새 떠들어 봅시다.#우리가_말한다 #너희는_들어라 ⓒ찍는페미 / 페미퍼레이드

게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2018년 3월 22일 목요일

 

세계 여성의 날, 우리는 이곳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걸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존재한다고, 이제는 과거와 같지 않을거라고 세상에 외치기 위해서요.

 

3주가 지난 3월 22일 바로 지금까지도, 우리는 지치지 않고 계속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청계광장에서 이어지는 ‘Metoo_필리버스터’ 에서 밤새 떠들어 봅시다.

 

#우리가_말한다 #너희는_들어라
ⓒ찍는페미 / 페미퍼레이드

#성차별_성폭력_필리버스터 안내

오늘 아침 9시 22분부터 3월 24일 오후 7시까지 2018분 동안의 이어 말하기가 진행 중입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들은 오후 10시부터 이어 말하기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지켜봐 주세요.

발언 후에는 저희도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밤을 새우며 다른 참가자들의 이어 말하기를 응원하려고 합니다.

한사성이랑 같이 밤샐 사람~? ٩( ᐛ )و 페메 주세요.

 

MeToo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이 싸움의 끝을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하여! 👩‍🎤

 

MeToo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

MeToo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

한사성이 연대단체로 참여합니다!

 

변화를 위한 압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토크콘서트 대본

#TimesUp #PressforProgress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토크콘서트를 위해 서랑과 리아가 함께 만들었던 대본입니다.

여러분이랑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조금 길지만 천천히 읽어주세요.

 

💜🖤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이어져나가는 중입니다. 이후의 반동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우리 안에 충만한 연대의 힘을 느낍니다. 더욱 더 강한 자들, 더 많은 권력과 명성을 가진 자들이 고발당할수록 우리는 희망을 봅니다.

이 운동으로 인해 한 단계 나은 지평이 열릴 수도 있겠다는 희망입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언어가 있고, 말 할 수 있는 시대가 있습니다. 그 불쾌하고 고통스러웠던,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던 경험들이 ‘성폭력’이라고 외칠 수 있는 때가 왔음을 감지합니다.

 

이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미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제 ‘몰카’라는 키워드를 모르시는 분들은 없겠죠. 지난 몇 년 동안 소위 몰카라고 불리는 촬영형 성폭력 문제는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얻었습니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촬영 뿐만 아니라 연인 간 동의하에, 혹은 동의 없이 촬영된 성적촬영물 제작과 그 유포 모두 몰카 범죄로 통칭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촬영형 성폭력은 촬영만 진행되었을 때와 사이버 공간에 유포되었을 때의 성격이 매우 달라, 한 단어로 묶어내기 부적절합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성폭력은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서는 그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 성폭력은 ‘여성혐오적인 문화’와 ‘시선’으로 구성된 폭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너와의 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할 거야, 너의 누드 영상을 유포할 거야 같은 말이 협박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범죄를 예고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고발할 수 없고, 물리적인 폭행이 없더라도 위협받게 되는 이유가 뭐죠? 내가 통제할 수 없고 누구든 볼 수 있는 사이버 공간에 신체 촬영물이 올라간다는 것은 어째서 이토록 커다란 공포가 되었을까요?

 

촬영에 동의를 했든 하지 않았든, 일단 사이버 공간에 촬영물이 유포되고 나면 여자가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여성이 타격을 입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성행위를 해도 여성만을 집요하게 성적 대상으로 여기고, 성폭력이 일어나는 현장을 ‘포르노’로 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화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집중합니다. 이 피해자가 진정한 피해자인가? 이 피해자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큼 불쌍한가? 이 피해자는 순결한 피해자가 맞나? 끊임없이 피해자를 쳐다보며 묻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사이버성폭력이 일어나는 현장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치마속 몰카와 같은 공공장소의 불법도촬 피해의 경우, 경찰신고 등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언론을 통한 공론화까지 바라시는 피해자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큼 어쩔 수 없이 범죄를 당했고, 진정하고 순결한 피해자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관계 영상 유포 피해의 경우는 다릅니다. 피해자가 성관계에 적극적으로 응한 경우, 그녀는 오히려 문란한 여성으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그러게 왜 그런 남자를 만났어? 그러게 왜 찍었어? 너도 즐긴 거 아니야? 피해자가 어떤 여성이든 상관없이 동의 없이 유포한 가해자가 문제라는 명백한 진실은 너무나 쉽게 지워집니다. 그들은 진정한,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관계 영상 유포 피해자분들은 저희 단체에 피해상담을 받는 것조차도 타인에게 본인의 피해사실을 더 알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망설이다가 연락을 주십니다. 또 가족이 알게 될까봐, 직장동료들이 알게 될까봐, 남성경찰들이 촬영물을 돌려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경찰 신고는커녕 여성단체에서 상담 받을 용기조차 못 내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론화는 당연히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합니다.

 

이번 미투 운동의 불길이 이어질 때 여러 언론사에서 저희 단체에 연락을 주셨습니다. 사이버성폭력 피해자분들 중에는 ‘미투(MeToo)’ 운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피해자가 없으신지, 혹은 공론화를 원하는 피해신고가 있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행위를 자발적으로 했는가, 성관계 동영상을 동의하에 찍었는가 아닌가, 누드 촬영물을 셀피로 찍었는가에 따라 똑같이 유포된 경우라 할지라도 피해가 다르게 구성되는 사이버성폭력 피해자들은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너무나 어렵습니다. 물리적인 성폭력은 불완전하게나마 받아들여질 토양이 만들어졌지만 사이버 성폭력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내가 성관계 촬영물 유포 피해자라고 얼굴과 신상을 드러내며 고발하는 순간 그 피해촬영물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 누군가의 드라이브, 누군가의 핸드폰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올라와 성적으로 소비되고 또 모욕당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을 만큼 의식개선이 이루어지고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을 듣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예전엔 물리적인 성폭력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지금 사이버성폭력이 그런 것처럼, 모두가 폭력 사건을 섹스로써 들여다보고 피해 여성만 다시 큰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뉴스에서 성폭행 당한 후 자살한 여성을 보도하며 정절을 지켰다고 칭찬한지 아직 2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MeToo를 했으면 ‘더럽혀진’ 여성들이 왜 아직 자살하지 않았는지 비난하는 사람들이 가득했었겠죠.

하지만 앞서 활동해주신 페미니스트 분들 덕분에 ‘이것은 섹스가 아니라 폭력이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라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피해자와 함께 서 있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토양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이 큰 파도가 지나간 후에는,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아직 ‘진정한 피해자’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도 자신의 경험을 ‘성폭력’이라고 외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할 것입니다.

 

MeToo 운동으로 드러난 것들은 몇몇 괴물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뿔 달린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 바로 옆에서 함께하고 마주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라는 점을 직시합시다. 우리가 모두 공유하고 있는 이 깊은 뿌리 끝에는 여성혐오와 가부장제, 강간 문화 등의 끔찍한 것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이 안전할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가 이것들을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근본적인 사이버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페미니즘 없이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최근 안희정 도지사의 사과문에 “몰카 찍은거 있으면 올려라. 봐야 인정한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확인해보니 서울시 시장과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습니다. 성폭력을 고백하는 자에게 사이버성폭력을 한 번 더 행하라고 제안하는 진보 지식인 남성을 바라보며 한사성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를 줍는 것이 아닙니다.

페미니즘이 곧 해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Me Too & With You

매일 같이 터져 나오는 여성들의 고발을 참담한 마음으로 듣는다.
당신의 생존을 누구도 막을 수 없도록 만들겠다. 어떤 문제도 지금 우리 앞의 당신만큼 중요하지 않다.

 

#나도_너였다#우리가_함께한다.

 

 

* 3월 8일 여성의 날 19시.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연트럴파크에서, 한사성은 연대를 의미하는 흰 장미를 들고 행진할 것입니다. 오셔서 저희와 함께해 주세요. 여러분과 해일처럼 걸어 나가고 싶습니다.

 

* 드레스코드: 여성연대를 상징하는 ‘흰색’과 여성의날을 뜻하는 ‘보라색’

 

공동주최: #불꽃페미액션 #페미당당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페이머즈#찍는페미 #전국교직원노동조합_여성위원회

유승민 의원에게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1일 미투(Me Too) 운동 등으로 폭로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성폭력·성추행 문제와 관련

“우리사회의 소위 운동권, 좌파세력과 진보정당이라는 사람들, 청와대와 여성단체 전부 다 왜 이러는지 모두 입 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2월 21일 자 기사 발췌

 

안녕하세요. 유승민 의원이 입 다물고 있다고 언급한 여성단체 중 한 곳입니다. 의원님의 비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도 MeToo 운동을 통해 뭔가 할 수 있지는 않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만, 처리해야 할 사이버성폭력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는 탓에 피해자 지원 등의 다른 사업이 벅차 참여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한사성 활동가들의 2017년 연봉은 70만원입니다. 저희는 주 5일 동안 하루 12시간 이상의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 생활비까지 따로 벌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그 중 상당 부분을 시민단체인 저희가 하고 있기 때문이고, 문제해결이 꼭 필요한 분야에 자원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아 왔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한사성 같은 여성 단체는 필요 없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적어도 이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진 않았겠지요. 저희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좀 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운동에 참여해 입을 열 수 있도록 의원님의 위치에서 실천해 주세요. 여성단체가 목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서는 의원님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후원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후원계좌: 우리 1005-803-258881
정기후원 CMS계좌 신청: https://goo.gl/QA4GG5

 

그래도 마음에 차지 않으시다면 직접 MeToo 운동에 동참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고위 공직자 중에서도 고발당할 만한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처럼 페미니즘 리부트로 세상이 떠들썩해지기 전, 여성들을 불러 강간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한 차관급 고위 공직자가 고발당했던 사건의 결과를 기억하십니까? 증거 영상이 존재했고, 증언에 나선 여성이 한두 분이 아니었는데도 놀랍게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었죠.

 

현재 법률사무소를 개업하여 변호사로 활동하며 잘 살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선례가 존재하는 현실이 두려워 선뜻 me too를 외칠 수 없는 피해자를 위해, 의원님이 먼저 소신 있게 주변에서 보고 들은 성폭력 사건을 소리 높여 이야기해 주세요.

 

+ 마지막으로, 의원님의 선거 공약이었던 ‘일하면서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누가 무슨 일을 해 왔는지 잘 알아보지도 않은 상태로 ‘왜 여성단체는 입 다물고 있냐’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것은 상대의 일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한사성을 포함한 여성단체들은 항상 우리 사회의 성폭력·성추행 문제를 절박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MeToo 를 외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의원님도 여성단체와 함께 노력해 주십시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내

가 저들의 일에 무지하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사람만이 일하면서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