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몰카, 국내 웹하드 업체부터 잡아라

해외 서버 둔 사이트 비해 처벌 손쉬워
대법원, “음란물유포 방조죄 해당”
경찰, “품 많이 들고 실익 적어” 소극적

등록: 2017-08-30 18:41  수정: 2017-08-30 21:55 박수지 고한솔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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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8986.html#csidx29f33638a57708bab5081eaf6604678

‘디지털성범죄아웃’(DSO) 활동가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석달 간 국내 웹하드에 올라온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을 경찰에 집중 신고했다. 그때 서울 시내 경찰서 몇 곳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제발 한달에 10건씩만 신고하세요. 피해 당사자도 아니잖아요?” 활동가들은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딱 10건씩 나눠서 신고했다. 영상 최초 유포자 몇명이 입건되는 것으로 수사는 마무리됐다. 활동가들은 더이상 경찰에 신고하길 포기했다.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몰카 근절’을 촉구할만큼 대한민국은 ‘몰카 공화국’이다. 전문가들은 ‘몰카’가 상품으로 거래되는 유통시장을 근절하는 게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는 웹하드 업체들은 비교적 손쉽게 처벌할 수 있는 대표적 유통시장인데도 경찰이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 웹하드 업체 누리집 ‘성인’ 코너에서 ‘몰래카메라’, ‘몰래’, ‘유출’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자 ‘여친 몰래 찍은 영상’, ‘헤어진 여친 유출 영상’ 등의 제목으로 영상 수백개가 검색됐다. 몇백원이면 영상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이런 영상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웹하드 업체는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에 52곳(64개 누리집 운영)이다.

이른바 ‘소라넷’류의 성인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단속과 처벌에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웹하드 업체들은 국내에 서버를 두고 버젓이 ‘몰카’ 영상을 판매하고 있다. 현행법상 몰카 유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행위다. ‘몰래 찍힌 것’ 입증이 어렵다해도 최소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 유포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2010년 11월 한 웹하드 업체의 정통망법 위반(음란물유포 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동안 수사에 소극적이었다. 품이 많이 드는데, 실익은 적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일선서 사이버팀장은 “웹하드 업체를 정통망법의 음란물 유포죄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경찰 수십명이 한 업체 처리에만 달라붙어야 한다. 처벌 수위도 낮다. 현실적으로 수사가 힘들다”고 말했다. 디에스오 활동가들이 경찰로부터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는 타박을 들은 이유다. 디에스오의 ‘써니’ 활동가는 “최소한 몰카 유통을 방조한 국내 웹하드 업체를 집중 단속해 운영자를 수사하지 않고는 영상 유포를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영상물 시정요구’ 신고 건수는 2015년 3636건, 2016년 7235건, 2017년 7월 현재 2977건이다. 3년간 약 1만4000건에 달할 정도로 민원이 폭증했지만 관리 감독권한이 있는 방통위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3개 웹하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총 1470만원이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경찰보다도 방통위가 움직이면 업체들이 즉각즉각 반응하는만큼 방통위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