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음란 동영상 유포 공포…’디지털 장의사’ 찾는 여성들

몰카·리벤지 포르노 등 카메라 이용 성폭력 범죄 급증
15곳 사설업체 운영…상담고객 절반 사이버 성폭력 관련 문의
여가부, 유포 피해자에 기록 삭제 비용 지원 방안 추진

등록: 2017.07.21 10:55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원문보기: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72110404747636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직장인 여성 김주현(27·가명)씨는 지난달 200만원을 주고 ‘디지털 장의사’를 고용했다. 전 남자친구가 온라인에 올린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영상을 본 김씨는 자신을 대신해 이를 삭제하고 증거 수집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사이버수사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피해자에게 영상과 관련된 채증을 직접 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직접 영상을 수집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비싼 비용에도 ‘디지털 상조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채증 자료를 제출했지만 사이버수사대에서 신체 중요 부위가 포함된 채증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음란물유포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해 다시 영상을 들여다봐야 하는 심한 성적 굴욕감과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몰래카메라(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사이버 성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장의사까지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몰카는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되는 영상이며 리벤지 포르노는 상대방에 대한 보복으로 악의적인 목적에서 유포한 성적 콘텐츠다. 디지털 장의사는 온라인에 올라온 글, 동영상과 같은 게시물을 정리·삭제해준다.

21일 대검찰청의 ‘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5년 성폭력 범죄 중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발생건수가 7730건으로 2006년 517건 대비 14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처분건수는 3712건으로 이 중 기소유예가 1422건이었다. 최근 5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영상’ 신고건수는 1만8809건에 달한다.

 

대부분 피해 여성은 자신이 직접 사설업체를 고용해 영상을 삭제하고 증거를 수집한다. 디지털 장의업체는 2014년부터 생겨나 현재는 15곳이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는 “상담 고객 300명 중 사이버 성폭력 관련 문의는 한 달에 140~150명에 달한다”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게시물들이 채팅 사이트나 도박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라가서 대부분 피해자가 이를 알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실제 의뢰를 하는 경우는 상담자 중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청소년이나 나이 어린 피해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위가 낮은 처벌이 피해를 더욱 확산시킨다고 전문가는 강조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수천 개의 파일을 업로드하거나 유해 사이트를 운영한 경우에도 선고유예나 벌금 100만원 정도의 낮은 처벌을 받고 있다”며 “사이버 성폭력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고려할 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 기록이 유포된 피해자에게 상담과 유포 기록 삭제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남훈 여가부 권익정책과장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영상물이 노출된 피해자들이 정신적 피해를 당하고, 이를 삭제하기 위한 금전적인 손해까지 볼 수 있다”며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