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몰카 피해 여대생 글에 ‘사과문’ 올린 옛 남친 “글은 지워줬으면…”

등록: 2017-07-14 14:26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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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 대학 학생들이 익명으로 글을 쓰는 페이스북 페이지 ‘○○대학교 대나무숲’에 11일 “네가 몰카를 또 찍다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상처뿐인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며 몰래카메라 피해자라는 여대생이 2년 전 사건을 토로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에게 ‘몰카의 악몽’을 안겨준 사람은 옛 남자친구였다. 남자친구가 자취방에 비디오카메라를 숨겨두고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피해을 입었다고 했다. 증언은 생생했다.

음란물 사이트에 올라간 자신의 영상이 저급한 말로 희롱되고 있음을 알게 된 그는 남자친구가 ‘술에 티 안 나게 흥분제 넣는 방법’을 검색하고, ‘여친 영상을 몰래 찍은 게 들키면 처벌받나요?’라는 질문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지고 더러워지고 후회됐었다”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는 당시 남자친구를 고소했다.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 33시간, 사진 135장에도 남자친구에게는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남자친구의 변호사로부터 “돈을 노리고 일부로 그런 것 아닙니까?”라는 말까지 들었다는 그는 “또 다시 네가 평범한 시민으로 거리를 걷고, 나 같은 피해자가 생길까봐 너무 두렵다”며 글을 맺었다.

11일 올라온 이 글에는 36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측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상담 원하신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찍지 말아라. 소비하지 말아라. 이게 이렇게 어려운지”라는 댓글에 네티즌들은 497개의 공감을 보냈다.

이틀 뒤인 13일 당시 사건의 가해자라는 남성이 같은 ‘대나무숲’ 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스스로 ‘가해자’라고 밝힌 그는 “당시 어린 마음에, 호기심에 피해자의 몸과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주는 행동을 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이번에 조사받게 된 건은 “몰카가 아니라 성추행 혐의”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2년 전 사건 이후 이 남성은 “취업으로 인해 정신없이 바빠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못하다 뒤늦게 연락해 피해보상금을 전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더는 보상을 바라지 않고 사건에 대한 언급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더 이상 연락을 시도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줄 몰랐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이 언급한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실형에 대한 두려움 속에 재판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공격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 주는 발언이 오간 것도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했다. 이어 “당시 몰래카메라 영상을 올린 사이트는 지금 없어졌다. 피해자가 이로 인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피해자가 이 글을 보고 다시 연락을 준다면 피해자의 치료를 위한 모든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 차단 당해서 제가 먼저 어떠한 연락도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20246번째 제보(피해자가 올린 글)는 지워주면 좋겠다. 그 글이 남아 있는 것은 피해자에게 더 상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페이지 관리자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관리자는 “제보자 본인이 지워 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면 지울 이유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거절했다.